공인회계사가 되기 위한 정보는 카페, 지식인, 회계학원 등을 통해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합격 후의 진로나 향후 전망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아 많은 분들이 지식인에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이 글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2009년 6월에 작성되었으며, 제가 직접 작성한 글이므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대기업 3년 근무 후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여 현재 회계법인(Foreign Firm)에서 일하고 있는 3년차 회계사입니다.
1. 고액연봉에 대한 환상
흔히들 회계사가 되면 고액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08년말 현재 1년차 신입회계사 들이 받는 연봉은 대략 3,800만원(주1)이며, 이는 대기업의 초봉과 비교해보아도 어느정도 많은 금액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회계사 합격자 입장에서 보자면 일반 학생들 보다 2~4년간 다른 것을 포기하고 공부에 매진한 대가로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2009년 초반 경기침체로 대졸자 초봉의 연봉을 삭감하기 전에는 신한은행 등 금융권의 대졸신입사원보다 연봉이 오히려 더 적었습니다.
연차가 늘어날수록 대기업에 비해 연봉의 증가가 더 많아 10년차 정도되면 약 1억(SB 제외) 정도의 연봉이 됩니다. 그러나 연봉차이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정도로 큰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대기업이나 금융권에서는 본인 학자금 지원, 자녀 학자금 지원, 전세자금 무이자 대출 등 여러가지 복리후생제도가 있는데 반해서 회계법인은 워낙 이직이 많기 때문에 한달에 10~20만원 정도의 자기개발비 이외에는 복리후생제도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복리후생의 차이에다 업무강도까지 고려한다면 고액연봉자로서의 매력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년차까지 대형회계법인에서 살아남아서 파트너가 되면 연 수입이 최소 2~3억원에서 본인의 능력에 따라 수십억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의 이사가 되어도 마찬가지 입니다.(물론 이사가 되기까지는 20년 정도가 필요합니다만) 순수하게 수입만을 놓고 보면 회계법인의 파트너가 나을 수도 있겠지만, 복리후생적 측면과 소위 말하는 사회적 위치나 권력(본인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책임의 크기, 거느린 부하직원이나 업체의 수, 회사비용으로 집행할 수 있는 개인 경비/판공비 등등)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개인적으로는 대기업의 이사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회계법인의 파트너 보다는 대기업의 이사가 되는 것이 경쟁률도 높고 훨씬 어렵습니다.)
(주1) 세전 금액이고 대형회계법인 (빅4 ; 삼일, 안진, 삼정, 한영) 기준이며 스페셜 보너스(SB)는 제외된 금액입니다. 스페셜 보너스는 성과급과 유사한 것으로 회계법인의 이익과 본인의 인사고과에 따라 틀려지지만 보통 월급여(연봉/12)의 200%~400% 정도가 지급됩니다.
중소회계법인의 경우에는 회계법인마다 조금씩 상이하지만 보통 대형회계법인의 75% ~ 100% 수준입니다.
2. 공인회계사의 장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나 다른 많은 이들이 공인회계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다음에 설명드리는 2가지가 공인회계사의 최고의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 다양한 진로
회계사는 회계, 세무, 재무관리 분야에 있어 그 능력을 공증해 줌과 동시에 일반기업에 대하여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자격증입니다. 특히 회계/세무 방면에서는 세무사와 함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합니다. 회계사는 일반적으로는 회계법인에 속해서 회계감사 및 기타용역업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회계법인 이외에도 일반회사, 공공기관 및 공기업(금감원, 국세청,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은행, 증권사, IB 등) 등 거의 모든 경제분야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한 기간을 채우면 세무사처럼 개인사무실을 개업하거나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회계법인을 만들어서 본인이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안정성
2004년 회계학원에서 학원강의를 수강할 당시 회계사이셨던 한 강사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회계사가 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시대는 지난 것 같습니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수입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래도 어쨌든 합격만 하면 먹고 살 걱정은 안해도 될 겁니다. “
회계사가 그것밖에 안되느냐고 실망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같이 취업하기 힘들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버텨내기 쉽지 않은 세상에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없애준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대기업의 이사는 되기만 하면,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해서 상무, 전무까지 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정치적 능력(인맥관리, 줄서기, 윗사람에게 충성, 필요하다면 아부 능력까지)까지 발휘해야 하는데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취업해서 과장급이든 부장급이든 근무를 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중간에 이직을 하게 될 경우(정년 퇴임을 해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뛰어난 일부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옮길 데도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주로 기존에 다니던 직장보다 여러가지 면(회사규모, 연봉 등)에서 불리한 직장으로 옮기게 됩니다. 반면 회계사의 경우에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이직이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자유로운 편입니다. 일반회사든 다른 회계법인이든 연봉에 큰 손실 없이 이직이 가능할 뿐 아니라, 본인의 경력 및 스펙을 잘 관리하면 훨씬 많은 연봉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게다가 회계법인에서 정년퇴임을 한 경우에도 고문 등 여러가지 명목으로 일을 계속할 수도 있고, 본인이 개업하거나 회계법인을 만들어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3. 2000년대 이후 공인회계사의 위상변화
1990년대말까지만 하더라도 합격자 수는 많아야 500명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합격하기는 그만큼 힘든 대신 합격하기만 하면 출신학교, 나이, 외국어능력 등과 상관없이 회계법인에서 서로 데려가려고 하던 시절이었죠. 게다가 90년대 초반까지는 회계감사가 현재처럼 자유수임제가 아닌 국가가 배정하는 배정제 였으므로 회계사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12시 출근, 점심식사, 당구 한게임 후 3시 퇴근은 이 무렵의 일입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계사의 최종합격인원이 1,000명인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회계사 합격자 수는 급증한데 반해서 외환위기의 여파 및 국내 경기의 저하 등으로 회계사의 수요는 감소하여서 2001년에는 합격자 1,014명 중 20~30%가 취업을 하지 못해 금감원 앞에서 데모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났었죠. 이러한 현상에 대한 각종 언론 보도 등이 일반인의 뇌리에 깊이 박힌데다 2006년까지도 대형회계법인으로의 입사는 쉽지 않아서 “회계사 자격증은 이제 한물 갔다” “대형회계법인에 들어가야만 하는데 회계사 시험에 최종합격해도 대형회계법인 들어가기는 스카이 아니면 무지 어렵다.” 라는 등의 과장된 말들이 나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만)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의 의무화, 국제회계기준의 도입 등으로 회계사 합격자의 수요가 급증한 2007년도 부터는 다시 반대 현상이 나타납니다. 2007년 합격자 수는 830명인데 대형회계법인에서 800명 이상을 싹쓸이한 겁니다. (물론 그 중에는 2007년 이전 합격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8년에도 마찬가지여서 합격자 1,040명 중 800명 이상을 대형회계법인에서 채용하였습니다.
2007~2008년 2년동안 대형회계법인에서는 충분한(과도하다고 할 만큼의) 인원을 채용하였으므로 2009년인 올해는 채용인원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2년동안 중소회계법인에서는 충분한 인원보충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상식이하의 과도한 합격자수(1,000명을 훨씬 넘는)가 배출되지 않는 한 회계법인으로의 취업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 공인회계사의 향후 전망
2011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전면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회계/세무 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서 커다란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의 중심에는 당연히 공인회계사(KICPA)가 있습니다.
(AICPA의 경우 미국회계기준은 아직까지 IFRS를 따르지 않고 있는 반면, KICPA 시험은 2010년부터 IFRS를 반영하게 되므로 KICPA가 보다 직접적으로 IFRS에 연관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회계기준 자체가 변경되므로 일반기업은 물론 회계법인에서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회계기준은 다수의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으로 제정됨에 따라 세부적인 계산절차나 표시방법은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각 기업이 재량적으로 선택하게 되어 있으며,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FRS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제표 전반에 걸쳐 전문가적인 판단과 분석이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IFRS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회계법인은 물론 일반기업과 금융권 등 경제 전체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으로 인하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장기적으로 많이 해소되겠지만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회계사의 역할은 앞으로도 점점 증가할 것입니다.
5. 마치는 글
“회계사가 예전같지 않다.” “회계사는 업무강도가 강한 것에 반해서 연봉은 적다.” “회계사 시험에 들어가는 INPUT에 비해 OUTPUT이 별로다.”라는 말들을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럼 사법고시는? 행정고시는? 관세사는? 계리사는? 감정평가사는? 기타 다른 고시나 자격증 시험은 어떻습니까?
경제가 성장해서 고도화 될수록, 인구가 늘어날수록 모든 분야에 있어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미 사시나 행시, 기타 시험을 패스한다고 해서 출세가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본인이 원하고 적성에 맞는 진로 중에서 전망이 좋은 길을 찾은 후에는 목표를 이룬 후에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는 거창한 별명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회계사는 현대 경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직업이며, 앞서 언급드린 것처럼 전망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목표를 결정하지 않으셨다면 신중하게, 하지만 신속하게 본인의 진로를 알아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회계사로 결정하셨다면 그 이후에는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마시고 목표를 향해 앞으로만 전진하세요. 회계사는 목표로 하기에 충분히 좋은 직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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